이탈리아의 명물,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의 역사
오랜 옛날 중앙아시아 초원을 누비던 유목민들이 처음 만든 밀가루 음식 '국수'는 무역 상인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다. 11세기에는 이탈리아에도 전해졌다. 구멍 뚫린 원통 모양의 짧은 국수는 삶아 먹기에 편해서 사람들 관심을 끌었다. 나폴리 사람들은 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눌러서 길게 자른 식품을 '라가노(lagano)'라고 불렀다. 이로써 이탈리아에 파스타(pasta) 문화가 시작되었다. '파스타'는 밀가루 반죽과 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탈리아식 국수 또는 국수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폴리는 소맥(밀)을 재배하기 좋은 기후라서 다행이야." 17세기에 압축기가 발명됨에 따라 파스타가 대량 생산되면서 값이 싸졌다. 서민들은 파스타를 사서 허브, 버섯, 해산물 등을 곁들여 먹었고, 18세기에 파스타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널리 퍼졌다. 19세기에는 파스타에 일대 혁명적인 변화가 생겼다. "토마토소스를 넣어 먹어 보세요." 183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토마토가 수입되면서 이른바 붉은 파스타가 등장한 것이다. 토마토소스를 뿌려 먹으니 한결 맛있기에 파스타는 인기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파스타 종류는 나비, 바퀴, 나사, 머리카락, 펜촉 등 모양이 수백 가지나 된다. 파스타는 크게 긴 파스타와 짧은 파스타로 나뉜다. 가늘고 기다란 스파게티(spaghetti)는 긴 파스타의 대표 격이고, 속이 빈 원통형의 마카로니(macaroni)는 짧은 파스타에 속한다. 스파게티는 '얇은 줄', 마카로니는 '반죽'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파스타는 미국으로 이민 간 이탈리아 사람들에 의해 미국에도 전해졌다. 오늘날 이탈리아 사람들은 각 지역에서 특산물을 넣어 맛나게 먹고 있다. 파스타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부심이 어떠한지는 다음과 같은 속담에서 잘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알고 싶으면 그들과 함께 식탁에서 파스타를 먹어라.'
한편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명물 요리 '피자(pizza)'는 일찍이 나폴리에서 만들어 먹은 모레툼(moretum)에서 유래되었다. 모레툼은 화덕에서 구워낸 납작한 빵에 올리브와 식초에 담근 양파를 함께 먹는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11세기 무렵 나폴리에서는 둥글고 납작한 빵에 여러 토핑을 얹어 먹었으며, 이때부터 명칭을 '피자'라고 했다. '얇고 납작한 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피타(pita)가 어원이다. 피자는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탈리아 피자는 대부분 한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특징이 있고, 19세기 말엽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하찮은 음식이었다. 그런데 1889년 여름에 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이탈리아 왕 움베르토 1세와 왕비 마르게리타(Margherita)는 나폴리의 몬테 왕궁에서 함께 머물고 있었다. 왕비는 예술가들을 통해 들어 알고 있었던 피자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렇다고 왕비 체면에 피자 가게로 직접 갈 수는 없는 일이므로, 피자 요리사를 왕궁에 초대해 부탁했다. "유명한 나폴리 피자를 하나 만들어 주면 고맙겠어요." 당시 피자 전문 요리점을 운영하던 돈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는 정성스럽게 전통 피자를 하나 만들었고, 또 왕비를 위해서 이탈리아 국기(초록, 하양, 빨강의 삼색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바질, 모차렐라, 토마토를 넣은 피자를 새로 만들어 바쳤다. 왕비는 피자를 맛보고는 매우 기뻐했으며, 이후 왕비에게 바쳤던 종류의 피자를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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