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

프랑스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의 역사

informate 2025. 6. 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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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의 역사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포도나무를 처음 심은 사람은 고대 로마 사람들이었다. 로마 사람들은 질 좋은 포도주를 얻기 위해 햇볕 잘 들고 물 잘 통하는 곳에 포도나무를 심고자 했다. 언덕이 많은 부르고뉴가 바로 그런 땅이어서 로마 사람들은 포도나무밭을 일궜다. "포도나무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는 땅이네." 그렇다. 석회질과 작은 암석 부스러기로 이뤄진 땅은 그 어느 곳보다 포도나무를 재배하기에 적합했다. 부르고뉴에서 생산된 포도주는 품질 좋기로 유명했으며, 그 명성은 중세 시대에도 이어져서 수도사들이나 농민들이 포도나무밭을 가꾸며 포도주를 만들었다. "달팽이가 왜 이렇게 많지?" 그런데 포도나무를 키우는 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달팽이가 포도나무 잎을 자꾸 갉아 먹는 것이다. 달팽이는 딱딱한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 땅속 석회질층에서 사는데, 부르고뉴의 땅속에는 석회질이 많았다. 물론 부르고뉴 지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포도나무밭이 있는 곳에는 달팽이가 많았다. 15세기경 프랑스의 대법관은 달팽이를 잡아 먹기를 권장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일을 막을 겸 포도나무의 해충과도 같은 달팽이를 없앨 겸 식용을 권한 것이었다. 그래서 달팽이 먹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유명한 달팽이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고대 로마 시대에 달팽이 요리를 별미로 즐겼던 점을 참조하여 먹기 좋은 에스카르고(escargot)를 만들었다. 에스카르고는 프랑스어로 '달팽이, 나사'를 뜻하는 말이다.

"달팽이가 배 속 이물질을 토해내게끔 소금과 식초를 섞은 물에 하루 동안 담가 놓으세요. 달팽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살만 빼내세요. 달팽이 살을 백포도주, 양파, 향초 등을 넣은 물에 넣고 두 시간 정도 끓이세요. 익힌 달팽이를 버터로 살짝 볶으세요. 달팽이 껍데기에 버터를 약간 넣은 다음 달팽이 살을 다시 채워 넣으세요. 그리고 식탁에서 맛있게 드세요."

에스카르고 요리법은 대략 위와 같다. 달팽이 살은 다른 육류보다 지방질이 적으므로 버터를 충분히 사용하여 열량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지금도 달팽이를 요리할 때는 반드시 버터를 넣는다. 에스카르고는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구제 음식으로 등장했으나 이내 프랑스의 독특한 별미가 되었다. 겉모습과 크기는 우리나라의 골뱅이와 비슷하지만 질감은 더욱 부드러운 데다 부르고뉴 포도주와 같이 먹으면 무척 맛있기 때문이다. "포도주가 유명한 지역에 사는 달팽이가 특히 맛있다오." 오늘날 프랑스 식당에 가서 에스카르고를 주문하면 한 접시에 6~8개쯤 달팽이가 요리되어 나온다. 버터에 볶고 버터를 묻혀 나오므로 버터를 잘 먹지 않던 사람은 느끼함에 포크를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은 아주 맛있다는 표정으로 즐긴다. 에스카르고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왼손으로 전용 집게를 들어 달팽이 껍데기를 고정한 뒤 오른손에 쥔 전용 포크로 빼어 먹으면 된다. 남은 버터 소스는 빵으로 찍어 먹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달팽이 살만 빼내서 스튜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 등 스무여 종류로 조리해 먹는다. 그만큼 달팽이 요리를 좋아한다. 현재 에스카르고는 프랑스 요리에 쓰는 식용 달팽이이자 식용 달팽이를 조리한 음식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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