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피시 앤드 칩스의 역사
피시 앤드 칩스(fish and chips)는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서민적인 음식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18세기에 들어서 영국 안팎에서 면직물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사람이 일일이 옷을 만들어서 미처 주문을 따라가지 못했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 기관을 개량해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고, 여러 발명가가 직물을 빨리 짤 수 있는 기계를 잇달아 만들었다. 덕분에 면직물 공업이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공장이 세워졌다. 면직물 산업을 출발점으로 산업 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많은 사람이 도시로 가서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영국 북부에 있는 랭커셔와 요크셔의 노동자들은 날마다 방직 기계를 돌리느라 바빴다. 한 예를 들면 랭커셔에서 생산, 수출한 면직물이 1882~1884년에 세계 시장의 82%를 차지할 정도였다. 여성들이 공장에 다니면서 영국 가정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까닭에 아침에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한 음식점 주인이 그런 빈틈을 파고 들었다. 음식점 주인은 생선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낸 다음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한 밀가루 반죽을 묻혔다. 그러고는 튀김옷을 입힌 생선을 큰 가마솥에서 튀겨내어 군감자와 함께 팔았다. 이전만 해도 영국에서 기름에 튀긴 음식을 찾기란 쉽지 않았으니, 생선튀김은 굉장히 혁신적인 음식이었다.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 생선튀김을 사서 밀가루 튀김옷을 벗겨내고 생선 살만 먹었다. 이때의 튀김옷은 생선 살을 촉촉하게 보존하기 위한 껍질이었던 것이다. 감자는 영양을 생각해서 같이 곁들였던 것이다. 생선튀김과 군감자가 인기를 끌자 음식점 주인들이 앞다퉈 팔았다. 도시 음식이던 생선튀김과 군감자는 영국 전역으로 퍼지며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뱃사람들도 열량 높은 이 음식을 즐겨 먹었고,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생선튀김과 군감자를 사 먹었다.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푸드인 데다 영양이 우수하기에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삶은 콩까지 곁들였고, 소스를 뿌려서 먹었다. 생선에 식초를 뿌려 냄새를 없애고 먹는 사람도 많아졌다.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군감자가 감자튀김으로 바뀌었다. 그 무렵 프랑스에서 건너온 감자튀김을 사람들이 좋아하자 생선튀김의 동반자로 삼은 것이다. 칩스(chips)라고 부른 영국식 감자튀김은 손가락보다 조금 더 굵은 크기로 먹기에 편했다. '피시 앤드 칩스'라는 말은 이때 생겨났다. 또한 영국인들은 생선튀김을 통째로 먹기 시작했다. 바삭바삭한 맛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튀김 기름은 처음에는 쇠기름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했다. 1860년대에는 대도시에 '피시 앤드 칩스' 전문점이 생겼고 이후 빠르게 가게가 늘었다. 피시 앤드 칩스는 술안주로도 인기를 끌었으며, 외국으로 나간 영국인들을 통해 영국의 대표적 음식이 되었다. 한편 피시 앤드 칩스는 제1차 세계 대전 때 영국인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 준 주요한 음식이기도 했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긴박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이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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