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

몽골 허르헉과 보즈의 역사

informate 2025. 6. 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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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허르헉과 보즈의 역사

몽골이 여러 부족이 나뉘어 서로 견제하거나 협력하며 살던 12세기 말엽의 일이다. 옛 왕족의 후손인 예수게이는 어린 아들 테무친(칭기즈 칸 본명)을 사돈에게 맡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위가 처가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생활하는 당시 풍습에 따라 아홉 살인 아들을 맡긴 것이었다. 예수게이는 돌아가는 중에 아들 혼인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잔치가 열리면 주인 초청 없이도 참석해서 인사를 할 수 있다. 잔치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속임수 없이 음식을 주고받는다.'라는 몽골 관습에 따라 예수게이가 술잔을 받았는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타타르족 사람이 독을 탄 술잔이었다. 그렇게 예수게이는 축하 술을 받아 마시고 죽게 되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테무친은 매우 어렵게 살았다. 뒷날 역사학자들이 칭기즈 칸에 대해 말할 때 빼놓지 않는 물고기 이야기는 그 고난을 잘 나타내고 있다. 칭기즈 칸은 몽골 사람들의 일상 음식인 양고기를 먹지 못하고 물고기와 풀뿌리로 목숨을 이어 갔는데, 이는 최악의 가난을 의미했다. 왜냐면 몽골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칭기즈 칸은 살기 위해 금기 식품인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것이다. 몽골 사람들은 왜 물고기를 먹지 않을까? 그 이유는 몽골의 자연 신앙에 있다. 예부터 몽골 사람들은 물이 귀한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아 물을 신성하게 여겼고, 물을 더럽히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물고기(몽골어로 작스)는 항상 눈을 뜨고 인간을 지켜주는 신련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그런 관념이 많이 사라졌으며, 오히려 하찮게 여겨 먹지 않는다. 몽골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먹지 않고 주로 양고기와 염소 고기를 먹는다. 이는 종교적 이유가 아닌 유목 생활과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은 날씨나 풀과 물의 형편에 따라 가축과 함께 이동하며 생활한다. 이때 말과 양, 염소, 소 등은 비교적 몰고 다니기 쉽지만 돼지와 닭은 그렇지 못해 아예 키우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처럼 우유를 마시지 않고 젖을 끓이거나 치즈로 만들어 먹는다.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먹게 된 것이다. 몽골 사람들은 아침과 점심에 '수테차'를 즐겨 마시는데, 이 수테차는 우유와 찻잎을 같이 넣고 끓여 만든 우유 차 (젖 차)이다. 몽골의 특별한 음식으로는 '허르헉'과 '보즈'를 꼽을 수 있다. 허르헉은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잔치를 할때 꼭 만드는 전통 음식이다. 양 한 마리를 잡아 고기를 토막 낸 뒤 미리 달군 큰 통에 뜨거운 돌과 함께 넣어 뚜껑을 닫고 익힌다. 몽골 사람들이 양고기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로 생각하는 볼깃살(엉덩이 부위)을 손님에게 주고 나머지 고기를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보즈는 몽골식 고기만두로, 설날 아침에 먹는 전통 음식이다. 우리의 만두와 비슷하지만, 보즈에는 양고기와 양파 단 두 종류의 소만 들어간다. 모양은 자유롭지만 속이 보이도록 만두의 윗부분을 완전히 막지 않느다. 찔 때 뜨거운 김이 그곳으로 들어가 고기 국물이 고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보즈를 먹을 때는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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