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풍요한 사회>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대표적인 케인스학파 경제학자입니다. UC 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하며 다양한 국가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했습니다. 1937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펠로우십 지원을 받으며 1년간 연구하면서 당시 케인스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세기 미국의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보기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미국은 관습적 지혜에 갇혀 인간성을 상실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고전 경제학에 뿌리를 둔 당대의 경제학은 많이 생산하여 최대한 소비하는 것을 경제 활동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습니다. 시대와 환경이 변화하는데도 생산과 소비의 확대를 중시하는 이론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물질적 풍요에 집착한 미국 경제가 정신적 빈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을 경고하기 위해 갤브레이스가 쓴 책이 바로 <풍요한 사회>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세계 경제는 점차 팽창했고, 인류는 물질적 풍요만이 전부가 아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경제의 팽창 그리고 생산 시설에 대한 충분한 투자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능력이 많이 향상되어, 이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갤브레이스가 말한 '풍요한 사회'입니다. 경제 성장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분명 세상은 바뀌었고 경제학도 다시 거듭나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경제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새 경제 이론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합니다.
기존 경제학은 기업들이 생산량에 비해 부족한 수요를 어떻게든 쥐어 짜내기 위해 소비자의 욕구를 부추기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여 고객을 현혹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만성적인 과소비에 시달립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빈의 미덕이라도 다시 강조해야 하는 걸까요? 갤브레이스는 국가 경제의 남아도는 생산 역량을 공공과 정신적 풍요를 위한 방향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던 때의 경제학은 이익의 극대화가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돈이 벌리는 방향으로만 자원의 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 교욱, 인프라 등 누구나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수익성 없는 요소들은 늘 공급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갤브레이스가 보기에 풍요한 사회에서 정부는 민간의 남아도는 생산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도로, 공원, 교육 등을 충원하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부 투자는 다시 경제의 선순환을 불러올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에서 민간 부문의 생산량이 민간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할 경우,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소비자 욕먕을 자극하거나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팔아넘기려는 동기가 형성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민간 부문의 생산 역량을 활용하면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혼합 경제 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브레이스의 주장은 경제학계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강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갤브레이스가 주장한 정부 역할의 확대는 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 경제의 결점을 지적한 것으로, 개개인이 계획하고 소비하는 권한의 일부를 더 많은 세금의 형태로 정부에 넘기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실제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프리드먼은 갤브레이스의 주장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정부가 빼앗아 가는 형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의 민간 부문에 대한 재정 지원은 비자발적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습니다. 경제학의 근본가정 중 하나는, 개인이 소득을 얻고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생산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의 대가없이 주어지는 금전적 지원은 경제 주체에게 잘못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경기를 퇴행시킬 수 있다는 반박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 갤브레이스의 주장이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기존 경제학의 결함을 지적하며 당파적 견해에 치우쳐져 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풍요한 사회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습적 지혜라는 성벽에 의존한 기존의 경제학이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발전해야 함을 복잡한 수식 없이도 효과적으로 설파한 것입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와 그 불만> (0) | 2025.05.13 |
---|---|
우자와 히로후미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0) | 2025.05.09 |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0) | 2025.04.29 |
로버트 실러 <비이성적 과열> 번영 뒤에 나타난 경제 버블 붕괴 (0) | 2025.04.24 |
인간을 경제학의 중심에 세우다, 게리 베커 <인적 자본> (0) | 202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