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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경제학의 중심에 세우다, 게리 베커 <인적 자본>

informate 2025. 4.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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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경제학의 중심에 세우다, 게리 베커 <인적 자본>

게리 베커는 1950년대 후반, 경제학에서 잘 다루지 않던 인간 행동과 사회 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비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 여타 사회과학의 관심 대상이던 결혼, 출산, 범죄, 중독 행위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는 사회학, 인구학, 범죄학은 물론 사회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게리 베커는 시카고 대학에서 1955년 <차별의 경제학>이라는 논문으로 받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미시 경제학 수업을 통해 학문적 영향을 받았고, 베커는 프리드먼을 "내가 본 가장 훌륭한 선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프리드먼뿐만 아니라 노동경제학자인 그레그 루이스, 농업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시어도어 슐츠, 법경제학자이자 프리드먼의 매부 에런 디렉터, 프리드먼-새비지 효용 함수로 알려진 수학자 래너드 새비지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당연히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한 시카고학파에 속했다는 점입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잠시 시카고 대학에서 일하던 베커는 컬럼비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10년 정도 일합니다. 그리고 1986년 다시 시카고 대학으로 돌아와 평생을 보냈습니다. 특이한 점은 1983년, 사회학과에서 겸임을 제안 받았고 그가 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전통적인 경제학 주제를 확장하여 기존의 사회학에서 다루던 결혼, 출산, 범죄, 중독 행위 등의 주제를 경제학적 사고를 이용하여 분석했습니다. 

베커는 인적 자본 경제학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 선구자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인간의 노동력을 자본화한다"라는 것에 정서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나, 인력이 생산을 위해 투자되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1950년대 이전에는 이러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이한 이유가 단순히 좋거나 나쁜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베커는 여기에 새로운 시각을 더합니다. 인적 자본이란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생산 요인이며, 기계나 공장과 같은 다른 생산 요인과 마찬가지로 교육이나 훈련과 같은 개인적 투자를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베커의 인적 자본론의 핵심은 인간이 가진 노동력이 단순히 고용되는 사람의 숫자나 쓰이는 시간으로 계산되어서는 안 되며, 고용된 사람이 어떤 수준의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는지에 따라 생산 효율과 그의 소득이 결정되다는 것입니다.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교육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이며, 교육으로 인한 노동의 질적 증가가 바로 자본이 됩니다. 그리고 형성된 노동 자본이 거래되는 노동 시간은 민간이 주도하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도록 유연성이 높아야 합니다. 1960년대, 드디어 노동경제학에도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베커는 직업 트레이닝과 학교 교육 같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과 그 수익률을 분석합니다. 1939년과 1949년의 대학 교육 같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과 그 수익률을 분석합니다. 1939년과 1949년의 대학 교육의 수익률을 비교하는가 하면 1939년 이전과 이후의 고등학교 교육의 수익률을 실증적으로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나이와 소득 그리고 나이와 부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와 후속 연구들에 대해 논의합니다. 간단하게 '이론 분석-실증 분석-함의와 후속 연구'의 형식으로 쓰였다고 보면 됩니다.  <인적 자본>은 굉장히 많고 창의적인 실증 분석 결과를 제시하지만, 핵심 내용은 간단합니다. 인적 자본도 물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통해 축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투자 또한 편익 분석을 활용한 의사 결정에 기반합니다. 비용 편익 분석이란 특정 투자 또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과 그 투자나 프로젝트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의 크기를 비교하여 투자를 진행할지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분석을 의미합니다. <인적 자본>은 이러한 편익 분석이 맞벌이, 사형 제도, 사회 복지, 마약 규제 등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적 자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가정입니다. 가정과 교육은 사실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두 유소는 인간의 경제적 가치와 그 성장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 노동력의 경제적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교육과 가정이기에 가정은 작은 생산 생태계 또는 기업과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인적 자본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가도 교육과 훈련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한 사례와 실증 근거로 한국과 일본같이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국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제시합니다.

<인적 자본>은 노동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인적 자본 경제학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론적 기초를 확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증적인 분석과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뿐 아니라 사회학, 인구학, 범죄학과 같은 다른 사회과학들과 경제학 간의 융합적 연구를 촉발한 시발점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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