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는 역사가, 경제학자, 사상가이자 혁명가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유명하죠.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 등 그의 저서는 20세기 세계 각국 공산주의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지금까지 사상가들은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마르크스의 사상은 경제학은 물론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꿔놓았습니다.
19세기, 산업 혁명은 빠른 속도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가내 수공업으로 물건을 자급자속하던 시대는 가고, 공장에서 싼값으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시개다 열린 것입니다. 철도와 증기 기관, 제니 방적기 같은 자동화 기계들은 산업화의 핵심 요소들이었습니다.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소비가 그에 맞춰 늘자 자본주의는 꽃을 피웠습니다. 18세기 중엽부터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자본주의가 산업 혁명을 맞아 확인된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량 증대와 경제 확장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4세기부터 이미 영국 정부는 지주들이 농지를 독점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 때문에 영세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부랑자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이 빈민층이 되어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는 실업자들을 처벌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쳤습니다. 대표적으로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는 실업자들의 귀를 자르는 형벌을 집행했습니다. 특히 사지가 멀쩡한데도 실업자인 경우에는 교수형에 처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집과 땅을 잃고 절박해진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도시로 몰려들어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으며, 한 때 자급자족하던 사람들은 이제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버는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300여 년에 걸쳐 도시화가 진행되던 영국에서 산업 혁명을 통한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를 통한 노동력 충원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일으켰습니다. 막대하게 늘어난 생산 역량 덕분에 국부는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했으나 전성기를 누리는 듯한 외적인 모습 이면에는 빈부 격차로 인해 곪아가는 사회가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한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목도하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들을 착취하여 소수를 부자로 만드는지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가 산업 혁명과 자본주의 이면에 가려진 참상에 공감하자,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고 <자본론>을 저술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제학 서적 중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입니다. 직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르나, 책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 방식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생산 방식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자본론의 시작점은 생산의 결과물인 '상품'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상품에서 시작한 그의 논의는 자본의 순환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제 체제 운영 방식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내적 모순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 인해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마르크스는 상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상품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넘어서 '인간의 욕구 충족에 도움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상품의 가치는 그 물건이 실제로 쓰이는 사용 가치와 그 물건을 거래하는 교환 가치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가치는 노동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인간은 상품을 물물 교환해 왔는데, 이 거래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화폐가 등장했습니다. 화폐에는 내재적 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은 상품 가치의 원천을, 상품을 만드는 데 투입된 노동과 그 쓸모가 아닌 시장 가격에서 나온다고 착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이를 '상품의 우상화'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렇게 돈이 숭배되자 돈의 축적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면서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궁극의 목표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상품의 가치는 가치의 척도인 화폐를 통해 자본으로 전환되는데, 자본을 축적하려다 보면 상품을 화폐로, 그리고 다시 화폐를 상품으로 거래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화폐를 상품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화폐로 바꾸는 거래가 일어납니다. 즉, 상품에서 상품이 아닌 돈에서 더 많은 돈으로 이어지는 거래가 성립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출되는 자본이 투입한 자본보다 많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어떤 가치가 창출돼야 하는데, 이 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상품 밖에 없고, 상품은 노동력으로 만들어집니다. 즉, 자본가들이 돈으로 노동력을 사서 이를 통해 다시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런데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면 추가로 벌어들인 돈의 가치는 어디서 창출되는 것일가요? 투입된 돈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더 크기 위해서는 잉여 가치가 발생해야 되는데,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가들이 잉여 가치를 만드는 방법은 노동자에게 최대한의 일을 시키고 최소의 임금만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즉,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하는 것입니다. 이런 착취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희생하여 절대적 잉여 가치를 창출합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자랑하는 높은 마진이야말로 노동자 착취 강도의 지표라고 보았습니다.
자본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산 수단과 노동의 결과물을 온전히 독차지합니다. 그들이 자본을 투자해서 산출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라 노동력 자체를 팔기 때문에 거대한 기계의 한 부품에 불과해졌습니다. 또 기술과 생산 방식의 발전에 따라 기계화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착취의 강도는 높아지고 자동화 기계는 숙련도를 쌓을 기회를 박탈하여 노동자를 더욱 일회용품으로 전락시킨다. 자본가들의 노동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본주의 시스템의 함정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 능력의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임금 체제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특성은 자본가가 번 돈을 다시 투자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더 많은 부를 축적하면서 강화되는 반면, 노동자들은 더 궁핍해지게 합니다. 심지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요한 노동자 수가 줄어드면 경제가 팽창함에 따라 임금이 상승해도 노동자 집단은 더 가난해집니다. 이렇듯 생산 수단도, 기술도 없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마르크스는 '산업 예비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자본가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착취할 수 있는 궁핍한 노동자 무리이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축이 됩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정립한 공산주의 이론은 20세기 세계 각국에서 전개된 공산주의 혁명의 토대가 됩니다. 그가 <자본론>을 출간한 지 100년이 되지 않아 러시아 제국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몰락했으며, 그의 후계자들은 마르크스의 이론을 받들어 지금껏 존재한 적 없던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르크스는 공산권에서는 국가와 혁명의 토대를 이룩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한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서방 세계에서는 폭력을 통한 사회 질서의 붕괴를 설파한다며 비판받았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지지한 경제학적 연구 외에도, 계급 갈등 이론 등 사회학적 연구와 철학적 연구 방법론 등 수 많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 때문에 소련이 몰락한 21세기에도 인문사회 전공자들은 마르크스를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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