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경제학자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바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자문했으며, 세계은행의 부총재를 역임했습니다. 스티글리츠는 이 경험을 살려 실용보다는 이념에 치중한 국제 금융 기구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세계화와 그 불만>은 사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의 재치있는 오마주입니다. 프로이트가 문명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더욱 불행해졌다고 지적한 것처럼, 스티글리츠는 세계화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불평등의 골은 깊어졌음을 비판합니다. 단, 비관적이던 프로이트와 달리 스티글리츠는 밝은 전망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제도적 개혁을 실천한다면 모두가 세계화의 결실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책 속에 담은 것입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은 총 2부 13장으로 구성됩니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내용이 예상될 정도로 쉽게 잘 쓰인 책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 느껴지는 스티글리츠의 비판적이고 다소 냉소적인 어조는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해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국내 번역본의 서평 초판부가 이 책의 내용을 잘 소개하고 있어 그 내용 일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할게요.
"세계화를 작동시키는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이를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 출간 당시 선진국, 특히 미국 중심의 세계화와 IMF, 세계은행, WTO 등 국제기구 뒤에 숨어 있는 권력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충격과 도발적인 담론을 제시했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세계화와 그 불만>은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국제기구의 방향,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의 달라진 위상, 브렉시트, 중국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 등 달라진 국제 정세를 반영하여 한층 발전된 시각과 방향을 제시합니다. 또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를 정치적인 양심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설득력 있게 다룬다."
'세계화의 실패작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1장에서는 세계화의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했던 세계인의 번영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스티글리츠는 세계화의 실망스러운 성적표의 원인으로 IMF, 세계은행, WTO를 지적합니다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집착이 실패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2장인 '세계화의 다양한 차원들'과 3장 '새로운 보호 무역 주의'에서는 세계화를 촉진해야 할 기관이 어떻게 세계화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지 설명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IMF가 정작 도와야 할 국가들은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IMF의 사명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거나 전환점에 선 나라가 성공적으로 반등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IMF는 1997년 에티오피아의 자금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에티오피아가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초강력 긴축 정책을 펼치는 것에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점은 당시 에티오피아의 인플레이션은 더할나위 없이 건강했다는 점입니다. IMF의 초강력 긴축 정책은 초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나 적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IMF는 한술 더 떠 금융 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할 것을 고집했습니다. 이는 이미 가난한 절대다수의 국민을 절대 빈곤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유능했던 에티오피아 정부는 IMF의 자금 지원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IMF가 에티오피아에 대출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수많은 금융 기관이 이를 따랐고, 에티오피아는 고난 끝에야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IMF는 잠재성 높은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방해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국제 금융 기구가 개발도상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정책만 언제나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해당 국가의 정치 문화적 특성과 산업 요건을 무시한 채 언제나 극단적인 기준 금리 인상, 재정 삭감, 그리고 무조건적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요구합니다. 한 예로 IMF는 코트디부아르의 통신 산업을 아무런 규제나 정책 기구의 설립 없이 즉시 민영화해버렸습니다. 독점을 달성한 통신사는 즉시 가격을 폭등시켰고, 국민에게 인터넷과 전화는 꿈속의 사치가 돼버렸습니다. 이 외에 낙수 효과를 맹신하며 실시한 사회 안전망 전면 철폐와 강력한 구조 조정은 물가와 실업률을 폭등시키고, 절대다수의 국민을 빈곤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WTO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강요하면서 개발도상국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할 가능성을 없애버렸습니다. IMF는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WTO의 자유 무역 원칙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데, 이때 개발도상국의 영세사업자들은 선진국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것이 특히 두드러지는 분야가 농업입니다. 선진국의 농업 기업들은 매우 낮은 마진 혹은 아예 적자를 보며 농산물을 판매합니다. 이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발도상국 농민들은 보조금이나 관세 장벽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도산할 수 밖에 없고, 1차 산업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농수산업이 몰락하면 국민의 생활 수준은 비참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5장에서 13장까지에서는 앞서 설명한 IMF와 WTO의 실책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경제 위기와 같은 시기 러시아의 '잃어버린 10년'을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스티글리츠는 시장 만능주의적인 IMF의 정책 방향이 체제 전환기에 있거나 위기에 빠진 나라의 경제를 구원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정책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IMF의 속내가 겉보기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스티글리츠는 IMF의 행동이 세계 경제가 아닌 '세계 금융권'을 위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IMF는 경제를 파탄시키더라도 긴축을 유도하고, 지원받은 국가가 빚을 탕감받으려는 시도를 저지합니다. 이는 서구 은행들이 돈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IMF는 서구 은행에 빚진 나라들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면서, 언제나 서구 은행에 진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최우선 순위로 받아냈습니다. IMF의 돈은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조심성 없이 위험한 대출을 해준 서구 은행들을 구출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이는 결국 채무 국가가 위기 극복 없이 더 많은 빚만 끌어안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국제 금융 기구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탓에, 세계화 혜택이 선진국들에만 돌아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세계화로 인한 번영이 지구촌 모두에 미치기 위해서는 IMF를 비롯한 국제 금융 기구가 즉시 개혁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선진국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던 국제 금융 기구가 즉시 개혁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선진국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던 국제 금융 기구의 정책 수립에 개발도상국 대변인들도 참여해야 합니다. 정책에 의해 개발도상국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으로 정책 방향이 변경돼야 합니다. 스티글리츠는 IMF의 강경 긴축 정책이 계속 실패한 만큼 좀 더 현지 상황에 적합한 유연한 정책 기조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티글치느는 이기적이고 강경한 세계화 대신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모두의 번영을 위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이념으로 확립될 것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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