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슘페터 <경제 발전의 이론> 경제 성장의 핵심, 기업자 정신이란?
조지프 슘페터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입니다. 빈 대학, 그라츠 대학 등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끝 난 후 오스트리아의 재무 장관 및 비더만 은행의 총재로 역임했습니다. 이후 1932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지냈습니다. 1934년에는 미국계량경제학회의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경제학협회 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세계의 경제 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자 경제학자들 또한 미국이라는 신흥국의 경제 상황을 이론화하고 설명할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미국 경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고 경쟁했습니다. 제국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역으로 부를 쌓은 유럽 국가들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자신의 경제 왕국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가들의 부와 발전에 대한 욕망으로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기업가들의 혁신적인 도전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나타나게 됩니다.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기타 여러 정보를 이용해 경제 주체들의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균형 지점'을 설명해내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는 가격 수준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슘페터는 이러한 경제학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정리하고, 수리적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 과정을 설명합니다. 슘페터에 따르면, 자본주의 자체가 균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정리되면서 경제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슘페터는 자본주의에서 혼란과 발전을 동시에 가져오는 혁신의 원동력을 '기업가 정신'아러고 정의합니다.
슘페터가 생각하는 경제 발전이란 단순히 경제 규모의 확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양적 확장과 질적 성장을 구분하여 접근했습니다. 양적 확장이란 단순히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생산량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질적 성장은 기술 발전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혁신을 시장에 도입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슘페터는 이 급진적 변화로 인해 경제 발전이 일어나는 조건에 대해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경제 발전의 원리>에 담았습니다. 슘페터는 <경제 발전의 원리>에서 발전 이론을 제시합니다. 발전 이론은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의 변화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경제 방향성의 변화는 연속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약적이로 단속적입니다. 슘페터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경제 발전의 원천은 '혁신'입니다. 슘페터가 의미하는 혁신이란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새로운 원료를 활용한 제품 생산,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의 변화, 심지어는 시장의 관행을 바꾸는 조직 체계까지도 혁신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방전이 없는 정적인 경제 상태에서 기업가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 생산 방법, 신시장 등을 더하면 기존의 균형이 깨지고 경제 발전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기업가가 혁신을 일으키고 성공하면, 그 후 일련의 혁신들이 다발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면 경제가 발전하고 인류의 번영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번영이 정리되는 과정이 불황입니다. 흥미롭게도 슘페터는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혁신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지만, 이 혁신 때문에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의 장점에 대해 설파하면서도 그 종착점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와 같은 입장을 취했습니다. 물론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결함 때문에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고 보았고, 슘페터는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혁신 과정의 변화와 생산량 확대가 자본주의를 다른 체제로 변질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사회와 경제 그리고 자본주의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하면 모순적으로 사회 안에서 기업가 혁신의 역할이 사라집니다. 이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혁신이 매일 일어나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면 이에 비판적인 지식 계급이 출현하여 자본주의라는 틀을 깨버려서 경제 발전과 성장보다는 평등, 사회 보장, 정부의 개입, 개인의 여가 생활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 자본주의가 붕괴한다는 주장입니다.
경기 불황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케인스학파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했습니다. 케인스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 불황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소비를 시작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슘페터는 이러한 접근에 반대했습니다. 경기 변동이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의 속성이며, 혁신적 변화가 만들어 낸 부산물에 해당했습니다. 공황을 정부의 지출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슘페터가 보기에 경제 발전을 오히려 더디에 만드는 행위였습니다. 정부 지출을 통한 유효 수요 창출은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연명할 시간을 주어 혁신적인 제품이나 프로세스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할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은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그냥 일어날 수 없습니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 방해받지 않아야 하며, 기업가 정신을 실현할 수단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슘페터는 제도의 중요성과 은행 신용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지나치게 관려적인 형태의 문화 또는 제도는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으며, 기업가에게 신용을 제공할 만한 금융 기관이 없다면 기업가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학과는 확실히 다른 관점을 취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은 기업의 합리적 행위를 이윤의 극대화로 봅니다. 따라서 기업의 의사 결정은 최대한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반면 슘페터는 기업 의사 결정의 핵심적인 주체가 기업가라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이윤을 넘어 다른 요소들까지 고려했습니다. 여기에는 자기 발전, 사회적 지위, 창조의 즐거움 등에 대한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확실한 이윤의 동기가 부족하더라도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이로써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는 경제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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