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고기가 빚어낸 세계인의 맛, 케밥의 역사
케밥은 꼬챙이에 끼우거나 구워 만든 고기 요리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오늘날 터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유래는 아랍어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레스토랑의 메인 요리에 이르기까지, 케밥은 인류의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특별한 존재이다. 이처럼 친숙한 케밥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하여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케밥의 기원과 불을 이용한 육류 조리의 시작
케밥이라는 이름은 아랍어 '카밥'에서 유래하였으며, 그 본애 의미는 "굽다", "불에 익히다"이다. 이 명칭은 숯불이나 직접 불 위에서 구운 고기 요리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고대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육류를 익혀 먹기 시작한 이래, 고기를 불에 굽는 방식은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조리법이었다. 케밥은 바로 이러한 인류의 원시적 식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케밥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터키군의 전투식향으로 개발되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기마민족이었던 튀르크인들은 전쟁 중에도 효율적으로 고기를 조리하여 섭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불에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은 이동이 잦고 빠르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병사들에게 적합한 조리법이었다. 이러한 실용적인 필요성에서 케밥은 발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케밥은 오늘날과 같이 정교한 형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양념한 고기 조각을 꼬챙이에 꿰어 굽는 쉬쉬케밥 형태가 기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코틀랜드식 꼬치구이인 '스큐어'와 같이 육류나 생선을 꼬챙이에 끼워 구운 후 빵에 싸 먹는 방식이 기본이었다. 18세기 오스만 제국의 여행자 에블리야 첼레비는 자신의 여행기에서 케밥을 '수평의 고기더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당시에도 고기를 쌓아 구워 먹는 형태의 케밥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수직 회전 방식의 케밥이 등장하기 이전의 과도기적 형태를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케밥은 유목민의 식문화와 군사적 필요성, 그리고 고대부터 이어져 온 불을 이용한 육류 조리법이 결합되어 탄생한 음식이다. 초기 형태의 케밥은 소박했지만, 이는 훗날 다양하고 풍부한 케밥 문화의 기반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을 통한 발전과 되네르 케밥의 탄생
오스만 제국은 케밥이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제국은 넓은 영토를 포괄하며 다양한 민국과 문화가 교류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융합은 케밥에도 영향을 미쳐, 각 지역의 특색과 식재료가 결합된 새로운 케밥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되네르 케밥은 케밥 역사에 있어 혁신적인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되네르 케밥은 '회전하는 케밥'이라는 뜻으로, 양념한 육류와 지방을 커다란 꼬챙이에 층층이 겹쳐 쌓아 올린 후 수직으로 세워 회전시키면서 서서히 익히는 방식이다. 고기가 익으면 얇게 저며 잘라내어 먹는 이 방식은 튀르키예 부르사 지역의 요리사 이스켄데르 에펜디가 1860년대에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켄데르 에펜디는 고기를 수직으로 굽고 수직으로 썰어서 얇은 조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며 되네르 케밥의 혁신을 이루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그가 개발한 이스켄데르 케밥은 버터와 요거트 소스가 곁들여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이러한 수직 회전 방식은 고기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을 수 있도록 해주며, 고기 자체의 지방이 녹아 내리면서 전체 고기에 풍미를 더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미리 잘라둔 고기가 아닌, 주문 시 바로 익은 고기를 잘라내어 제공함으로써 신선함과 맛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되네르 케밥의 등장은 케밥을 더욱 대중적이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변화시켰다.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얇은 빵(라바시)에 싸서 주는 형태는 오늘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뒤륌(말이)' 케밥으로 불리며, 간편하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형태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외에도 에크멕이라는 바게트 스타일의 빵에 고기를 끼워 먹는 방식도 있다. 이처럼 오스만 제국을 통해 케밥은 육류 조리 기술의 발전과 형태의 다양화를 이루었으며, 특히 되네르 케밥은 전 세계인이 케밥을 인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현대 케밥의 다양성과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
오늘날 케밥은 터키를 넘어 전 세계 각국에서 현지 식문화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튀르키예는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미식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케밥은 이러한 튀르키예 미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케밥은 단순히 튀르키예 요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동 지역에서는 샤와르마,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는 탄두리 치킨이나 코프타와 같이 유사한 형태의 고기 요리들이 각자의 독특한 양념과 조리법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케밥의 근원적인 개념, 즉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지역별로 사용되는 향신료, 고기 종류, 조리 도구, 그리고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무한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본래 양고기로 만들던 케밥은 이제 소고기, 닭고기는 물론, 터키 현지에서는 고등어를 구워서 넣는 해산물 케밥도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케밥이 특정 식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현지화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케밥은 많은 국가에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터키 이민자들에 의해 전파된 되네르 케밥이 늦은 밤 허기를 달래주는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음식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대표 디저트, 팥빙수의 역사 (0) | 2025.07.23 |
---|---|
냉면의 역사 : 추운 겨울밤의 별미, 시원한 여름의 상징 (0) | 2025.07.22 |
한국인의 정을 담은 별미, 파전의 역사 (0) | 2025.07.21 |
커피의 기원과 역사 (0) | 2025.07.14 |
만두의 기원과 역사 (0) | 2025.07.11 |